수조원 가치 '유전자가위 전쟁'…MIT·하버드 웃었다

입력 2017-02-16 18:24  

미국 UC버클리대와 특허 분쟁서 승리

2012년 UC버클리 특허출원
이후 MIT·하버드, 기술입증
UC버클리 "특허무효"소송

"선출원보다 기술 입증 중요"
미국 특허청, MIT·하버드에 특허권 유지 결정 내려



[ 박근태 기자 ] 미국 특허청이 수십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둘러싼 특허권 분쟁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UC버클리 연구진은 이 기술을 자신들이 먼저 발명했다며 심사를 요구했다.

미국 연방특허청은 15일(현지시간) 산하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MIT와 하버드대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 연구소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특허권을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유전 정보를 담은 DNA를 자르고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는 생명 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손꼽힌다. 2013년 등장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목표 유전자를 찾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RNA만 교체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유전자 가위를 만들 수 있어 응용 범위가 넓은 강력한 기술로 꼽힌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둘러싼 분쟁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바이러스 DNA의 특정 부분을 편집하는 데 성공한 뒤 2013년 3월 가장 먼저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했다. 같은 해 9월 한국의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공동 창업한 바이오벤처 툴젠이 출원했고 10월에는 펭 장 MIT 교수가 이끄는 브로드연구소가 이 기술을 인간이나 쥐와 같은 포유류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가장 늦게 특허를 출원한 브로드연구소는 특허권을 출원하면서 신속검토절차를 요구해 2014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특허권을 먼저 인정받았다.

UC버클리 연구진은 2015년 자신들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했다며 미국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특허 심사위원들은 이번에 브로드연구소의 기술이 UC버클리 연구진의 기술과 차별화된다고 판단하고 브로드연구소 측의 특허권 유지를 인정했다.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이번 결정은 특허를 누가 먼저 출원했느냐보다는 실제 세포를 이용해 가능성을 입증한 쪽에 무게를 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UC버클리 측은 이번 결정에 즉각 이의를 제기할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브로드연구소의 특허권을 인정한 것일 뿐 UC버클리가 앞서 낸 특허가 무효가 된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번 결정이 선발명자를 가리는 특허청 내 저촉심사일 뿐 법적 소송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의 가치는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많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독일 제약기업 바이엘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확보한 스위스의 바이오벤처 ‘크리스퍼 세라퓨틱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5년간 신약 기술 개발에 3억유로(약 3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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